무작정 상경한 정주영은 공사판 막노동과 쌀가게 배달 일을 하다가 27살에 신용 하나로 돈을 빌려 자동차 수리 공장을 운영하며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화재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시련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에게는 건강한 몸과 무엇보다도 그와 함께 일해 본 사람이라면 그를 절대 신뢰하는 신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60년대 초반 건설업의 호황을 예견하고 시멘트 공장 설립으로 재기를 시도한다. 67년에는 정부가 경부 고속도로 건설을 주문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싼 건설비로 단기간에 공사를 마치는 저력을 보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 회장의 거침없는 추진력과 불도저 정신을 높이 사 그에게 울산에 조선소 건설을 부탁한다. 그때가 바로 1970년이었다. 정 회장은 조선소를 지을 울산의 모래벌판 사진과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영국의 버클레이 은행장을 찾아갔다. 버클레이 은행장은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와 조선소를 짓겠다는 아시아의 한 가난한 나라의 남자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정 회장은 자신이 챙겨간 500원짜리 지폐를 그에게 보여주며 “보십시오. 세계 최초의 철갑 함선인 거북선입니다. 우리는 이미 500년 전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버클레이 은행장은 그에게 감동을 받아 돈을 빌려준다. 그리고 30년 뒤 대한민국은 세계 제1의 조선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런 정 회장이 부하직원을 야단칠 때는 늘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빈대보다도 못한 놈”이었다. 그것은 부두 노동자 시절 몸으로 익힌 정 회장의 철학이 담긴 욕설이었는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부두 노동자 시절, 몸에 기어오르는 빈대를 피하기 위해 네 개의 물그릇에 상다리를 담가 놓고 상 위에서 잠을 자던 정주영은 며칠 되지 않아 다시 빈대에게 시달리게 된다. 가만히 살펴보니 빈대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 천정 위에서 자신의 몸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이를 보고 그는 빈대도 이처럼 살기 위해 머리를 쓰는데, 하물며 사람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결정은 단호히 내렸다. 그리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가 사업을 벌일 때마다 그는 주변의 반대에 부딪쳤다.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할 때도, 국내 최초의 자동차를 개발할 때도,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할 때도 모두들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을 밀어붙였다. 세월이 흐른 뒤 그 사업들은 모두 탁월한 선택으로 판명이 났다. 하지만 정 회장처럼 강력한 리더십의 부작용도 크다. 소통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리더십을 카리스마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있어도 독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바로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이라면 그에게 신용을 느끼고 있었고 그의 결단을 존중하려 했기 때문이다.

21세기 경영자의 자질로 새롭게 부각되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덕’이다.

‘인덕’이란 쉽게 말해 인간적인 매력이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은 경영자가 모든 경영정보를 독점할 수 없다.

따라서 경영자의 시각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세밀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신뢰에 기반을 둔 경영자의 인덕이 전사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인덕 경영의 대표적인 인물은 일본 마쓰시타 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을 들 수 있다.

고노스케 회장은 “마쓰시타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마쓰시타 전기는 인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만, 아울러 전기제품도 만듭니다.”

마쓰시타 인덕 경영의 큰 틀 중 하나는 신념에 의한 경영이다.

그는 늘 “경영은 신의와 정의를 중시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상은 부당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고노스케 회장은 경영의 기본인 돈, 물질, 사람은 모두 사회의 것이며 그것들을 맡아 운영하는 기업 역시 사회의 것이라는 ‘큰 생각’을 가진 기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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